도마뱀 키워볼까? 생각보다 따뜻한 생명이에요
도마뱀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하면 대부분 “어? 너 파충류 좋아했었어?” 하고 놀라요. 근데 전 사실 동물에 ‘종류’는 크게 따지지 않았거든요. 그냥 조용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생명에게 저도 조용히 다가가고 싶었을 뿐이에요.
도마뱀, 키워보면 꽤 따뜻해요. 차가운 몸을 가졌지만, 자기만의 루틴이 있고, 눈 마주치면 멈칫하는 그 순간들 속에 작은 교감이 있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처음 도마뱀을 키우는 분들이 놓치기 쉬운 준비물과 실제 키우면서 느낀 점들을 제 경험대로 천천히 정리해볼게요.
먼저, 어떤 도마뱀이 나랑 맞을지부터 생각해봐요
도마뱀도 종류가 많아요. 레오파드게코, 베르디드 드래곤, 크레스티드게코… 저는 그중에서 레오파드게코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조용하고, 공격성 거의 없고, 처음 키우는 사람에게 부담이 덜한 편이거든요.
고를 때는 이런 걸 먼저 생각해보면 좋아요:
- 만졌을 때 기분 좋은 느낌이었는지?
- 먹이 주는 게 괜찮았는지 (곤충, 생먹이 싫으면 고민해보세요)
- 밤에 활동하는 스타일 괜찮은지?
- 온도/습도 조절이 가능한 환경인지?
전 처음에 겁이 나서 크게 움직이는 애는 자신 없었어요. 그래서 좀 더 소심하고 순한 종부터 시작했어요. 이런 선택도 중요해요. 도마뱀도 ‘성향’이 있고, 나랑 맞는 친구를 만나야 오래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케이지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가 다 들어간 집이에요
솔직히 말하면요, 도마뱀 키운다고 했을 때 제일 당황스러웠던 게 “온도 관리”였어요. 사료보다 더 먼저 알아야 할 게 히트패드, UVB등, 온도계, 습도계 이런 거더라고요.
제가 쓰는 기본 세팅은 이래요:
- 유리 테라리움 (바닥 열 손실 적고 청소 쉬움)
- 히트패드 + 조절기 (케이지 절반만 따뜻하게)
- UVB 조명 (하루 8~12시간)
- 바닥재 (종이 타월부터 코코피트까지 다양해요)
- 은신처 두 곳 (따뜻한 쪽 하나, 시원한 쪽 하나)
온도는 낮에 30~32도, 밤엔 22~25도 정도 습도는 키우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레오파드게코는 40~60% 정도로 맞춰줘요.
여기서 제 팁 하나 드리자면, 습도 유지하려고 물만 계속 뿌리지 마세요. 은근 곰팡이 생겨요. 전 따뜻한 수건 위에 물 뿌려서 간접적으로 올려줘요. 안 보이는 데서 냄새 나는 경우, 거의 습도 문제예요.
먹이 주는 건 귀찮을 수 있어요. 근데 신뢰가 쌓이는 시간이에요
도마뱀은 사료 뿌려놓는 걸로는 끝이 아니에요. 대부분 생먹이, 특히 밀웜, 귀뚜라미, 슈퍼웜 같은 걸 줘야 하거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무서웠어요. 귀뚜라미가 통 안에서 튀면 ‘으악!’ 하고 도망갔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저 아이가 제 손에서 먹이를 받아갈 때, “나를 믿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먹이 줄 때 팁:
- 먹이마다 칼슘 파우더 꼭 묻혀서 급여
- 과식하면 토할 수도 있으니 양 조절은 신중히
- 손 위에서 주면 교감이 빨라져요
- 가끔은 집게 대신 손으로 줘보세요 (용기 생기면!)
그리고 잊지 마세요. 먹이는 키우는 시간의 일부예요. 그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와 ‘패턴’이 만들어져요.
결론
도마뱀을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정적인 하루를 조금 더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살아가는 거예요.
움직임은 적지만, 그 속에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눈 마주쳤을 때 딱 2초 멈춰있는 그 찰나에 왠지 모르게 전해지는 신뢰감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히터도 어렵고, 먹이도 낯설고, 무표정한 표정에 “얘 날 좋아하긴 할까?” 싶지만, 시간이 쌓이면 알아요. 이 친구도 나를 알아보고 있다는 걸요.
혹시 지금 도마뱀을 키워볼까 고민 중이라면, 관리의 번거로움보다, 교감의 깊이를 먼저 떠올려보세요. 그럼 충분히 따뜻한 관계가 시작될 거예요. 🦎💚